점심에 집에 돌아왔을 때 한나는 누워서 천정을 보고 있었다. 눈시울이 빨갰다. 왜 울었냐는 질문에 말이 없었다. 눈물만 다시 닦았다. 걱정스런 목소리로 더 물었다. 혹시 도담이한테 무슨 일 생겼어? 장모님이랑 싸웠어? 생각할 수 있는 슬픈 일은 모두 떠올려보았다. 한나는 전부 아니라고 했다. 무슨 일인데. 말해봐. 내가 들어줄게. 응? 괜찮아.
두 줄이었다. 나도 순간 말문이 막혔다. 한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 기뻤다. 한나는 혼란스럽다고 했다. 주호가 아픈데, 4월에 결과 보고 가지려고 했는데. 만약 주호가 계속 아프면 어떡해. 한나는 또 눈물을 닦았다. 괜찮을 거야. 주호는 정말 괜찮을 거야. 날 믿어봐. 아니 주호를 믿어보자. 주호가 동생 오라고 했나보다. 아직 주호를 떠나지 않은 천사가 이렇게 둘째까지 우리 곁에 데려다준 거야.
식사를 하다 한나는 토를 했다. 며칠 전에도 속이 안 좋아서 두 번이나 게워냈다. 입덧이었다. 그러는 동안 나는 얼른 식사를 마쳤다. 칭얼거리는 주호를 안았다. 울음을 그치려는 주호에게 말해주었다. 주호야, 이제 동생이 온대. 나도 눈물이 차올랐다. 엄마랑 아빠랑 주호랑 이제 동생 기다리자. 이제 저 식탁에 네 명이 함께 앉아서 밥을 먹게 될 거야.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.
어떤 아이가 우리에게 와줄까. 지금 주호도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데. 곧 만나게 될 주호 동생, 우리 둘째, 너무 보고싶다. 이미 행복하다. 한편으론 내가 열심히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. 그러지 못한 올해 초가 아쉽게 느껴졌다. 이제 진짜 아빠다. 두 아이를 가진 아빠.
한나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.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. 이제 좋은 일만 생각하자. 행복한 일만 생각하자. 조금만 더 고생하자. 고맙다. 사랑한다 한나야.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.